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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야기

아버지..


아버지가 감자를 삶으셨다..
밤 12시에..

"감자 먹어라~"
"배 불러요~"

물론 난 먹지 않았다..


조금 이따 물 먹으러 나갔더니 아버지가 다시 말씀하신다..

"감자 삶아 놨으니까 먹어라."
"배 불러요."
"껍질 까서 소금 찍어 먹어라."
"배 부르다니깐~"


조금은 짜증 섞인 내 목소리를 들으셨을까?
"자자~ "하고 방으로 들어가신다.

그리고 보니 요즘 방 문을 꼭꼭 닫으시는 편이다..
예전에 담배 냄새가 난다고 해서 그런가?



어렸을 땐 아버지에게 이런저런 상처가 많았다.
사례야 다양하지만..
주로 내 의견을 묵살하고 당신 뜻대로 처리하는 식이다..

요즘도 아버지와 의견 충돌이 잦다.
내가 더 똑똑하니까.. 라기 보다..
내 머리 속에 옳고 그름이 이미 굳어져 버렸기 떄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젠 아버지한테 지지 않는다..
의견이 맞지 않으면 내 맘대로.. 내 뜻대로 한다..
아버지가 뭐라고 하시면 본능적으로 반대하는 느낌도 든다..
막 내 의견을 주장하다 보면..
'이건 아빠 생각이 맞는 것 같은데..'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뭘 해서 먹고 살아야 하는지는 아직 모른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게 깨닫고 왔다..

"소외된 사람.. 작은 사람을 위해 살아야 겠다.."

지금에야 새삼 느끼고 있다..
아버지가.. 나로부터 소외된 사람이라는 것을..

당장 방 문을 열고 들어가 아버지 앞에 무릎꿇고 용서를 빌고 싶지만..
난 못할 것이다..
그리고 그래봤자 일주일을 못 가리라는 걸 안다..
대신 내일부터 아버지를 행복하게 해 드리자..

살 좀 찌면 어때.. 밤에 먹고..
어깨 주물러 드리고..
같이 뒹굴면서 TV라도 보고..
내 근황이라도 좀 알려 드리고..




예전의 내 상처가 다 아문 것 같지는 않지만..
지금은 내가 아버지보다 큰 사람이다..
아니면 교만한 사람이다..

큰 사람으로 아버지를 사랑하건..
교만을 없애기 위해 낮은 모습으로 사랑하건..
아버지부터 먼저 사랑해야겠다..


이것이 5월의 실천 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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