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깨 있는 것이 왜 이렇게 편하고 좋은지 몰라.. 아마.. 아무도 내게 간섭하지 않는 시간이라 그런 것 같아.. 메신저에도 들락거리는 사람 없이 그 사람들이 같이 밤을 새우고 있지..
월욜에.. 짐을 다 풀었어.. 이쪽으로 이사오면서 짐을 거의 안풀었거든.. 방이 작아지기도 했고.. 뭐 이런저런 이유로 큰 박스 3개를 그냥 창고에 쌓아뒀었어.. 책은 끈으로 묶은채로 책장에 쑤셔넣어두고 읽고싶은 책이 있으면 그 꾸러미만 풀어서 꺼내보고..
암튼.. 이번엔 버리려고 짐을 푼거야.. 우습쟎아.. 이사온 지 1년이 다 돼가는데 짐 세 박스를 한 번도 풀어보지 않았다니..
열어보니.. 정말 많은 것들이 있더라.. 학교에서 필기한 공책들.. 앨범.. 어렸을 때 가지고 놀던 잡동사니등.. 각종 용량의 어댑터들을 비롯한 전기부품.. 컴퓨터 부품.. 중학교 때부터 모은 필통들.. 내 이메일과 전화번호가 담긴 스티커.. 옛날 사랑의 띠.. 우표책.. 졸업, 여행등 각종 기념품들..
그냥 눈 딱 감고 버릴 수 있는 것도 있지만.. 정말 못 버릴 물건들이 있더라..
그래서 기준을 잡았어.. 버릴까 말까 갈등되는 물건들 중.. 1.돈을 주고 다시 살 수 있는 것들은 괜히 쌓아두지 말고 버리자.. 부품류가 다 버려졌고 공책이나 이면지, 파일들 다 버렸어.. -0-;; 2.기념품도 내 인생에 크게 의미 없는 것들은 버리자.. 선물받은 것들.. 졸업 기념 메달들도 다 버렸어.. 3.공부한 것들 중 재미없게 배운 것들은 버리자.. 교양과목들 폐기.. -0-;; 성경공부 한 것들도 내게 큰 의미가 있던 로마서 빼고는 다 버렸어..
다 기억은 나지 않지만.. 두 박스 이상 버렸어.. 그래도 소중하다고 바리바리 싸들고 다닌 것들인데.. 조금 허탈하더라고..
지금 내 컴퓨터에는.. 1992년부터 주고받은 3천통은 됨직한 이메일이 저장돼 있는데.. 또 다시 고민하게 됐어.. 지울까..? 하지만.. '이걸 다 지운다고 내 삶이 과거에 묶이지 않는 건 아니쟎아..'라는 생각으로 합리화..
만약에 그걸 다 지운다면.. 이메일 말고.. 내가 받은 리얼 메일들도 다 버려야 하는 거 아냐?
내가 뜻하지 않게 내일 죽는다면.. 누군가 내 컴퓨터를 열어 내 추억들을 들여다볼까? 누군가 내 편지박스를 열어 내 편지들을 뒤적일까?
그럴 바에야.. 다 없애버리고.. 내 머리에 기억하고 있는 것들과 느낌만 남겨두는 것이 낫지 않을까?
추억이란 거.. 그냥 잊혀지게 두는 것이 나을 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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