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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는중

무지개를 보았어..

지난 번에 토란국을 끓였는데
너무 짜고 맛이 없게 되었어.
내가 토란국을 무척 좋아 하거든.
그래서 다시 한번 끓여 볼 것이라고
지난 번에 사 두었던 토란을 까고
시장에 가서 소고기 조금 하고 마늘을 사오는 중이었지.

시장을 다녀 오는 길에 하늘을 보니
모처럼 노을이 장관이더라구.
비 많이 오고 바람 많이 부는 날
유난히 노을이 선명한 광채를 띄는거
아마 많이들 느껴 보았을 거야.
서쪽 하늘을 바라보면서 한참 걸어가다가
무심코 하늘을 한번 휘익 둘러 보았지.
다들 그렇잖아?
근사한 장면을 보면
그 장면이 있는 곳 뿐만 아니라
온 세상을 다시 한번 둘러 보게 되잖아?

그런데 말이야!
하늘에 무지개가 걸려 있더라구.
하늘의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하늘의 반쪽을 꽉 채울 정도로 아주 크고
무지개의 이쪽 끝에서 쩌쪽 끝까지 한군데도 흐려지는 부분 없이
아주 완벽한 반원을 그린 무지개가 걸려 있는 거야.
감동적이더군.
아주 오랜만에 보는 감동적 장관이기에
그 순간을 기억해 두고 싶어서 시계를 꺼내 보았지.
여섯시 오십분이었어.
사실 무지개가 걸리기에는 좀 늦은 시간인데
시간이 그렇다 보니
서쪽 하늘에는 저녁 노을이 장관을 이루고
반대쪽 동쪽하늘에는 거대하고 완벽한 무지개가 걸려 있었던 거야.

무심코 주변의 사람들을 보았어.
다들 하늘을 쳐다 보면서 살짝 미소를 띠고 있더군.
한두 사람이 아니라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말이야.
모처럼 만의 아주 평화로운 광경이었어.
그래!
평화란 이렇게 오는 것이지.
이런 것이 평화야.
아름다운 것을 바라보면서
얼굴에 아름다운 미소를 띄는것!
바로 그것이 평화지.

계속 무지개를 바라보면서
뒷걸음질로 길을 걸어 가는데
그 광휘로운 무지개는
점점 흐려지더니
채 오분도 되지 않아 사라지더군.
세상도 잠간의 평화로운 순간을 누리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고 있었지.
약간의 안타까움을 뒤로 하고.....
이처럼 아름다운 것은
연약한 것이고
금방 사라지는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우리는 그 순간적인 아름다움을 안타까워 하는 것이지.

아주 어린시절에
지금 보다는 훨씬 더 푸르렀던 하늘에 떠 있던 무지개를 본 후
고등학교 다닐때 경복궁에 그림 그리러 가서 보았던 무지개 이후
처음으로 본 감동적인 무지개 였어.

궁금해.
이 게시판에 들어 오는 분들 중에
또 내가 알고 지내는 많은 분들 중에
오늘 그 무지개를 본 사람이 나말고
또 누가 있을까?
이천 삼년 구월 십이일, 추석 다음날, 오후 여섯시 오십분.......
바로 그 시간에 하늘에 드리워 있었던 감동을 보신 분들은
그 감동을 혼자만 삭이지 마시고
이곳에다 풀어 주시기 바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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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 삼촌 홈피에서 푸욱~ 퍼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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