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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야기

1200원..

혹시..
길 가다가 흔히 보이는 재활용품 수집하는 노인들 얘길 적었던 적이 있는지 모르겠다..
얼마나 벌 수 있을까..
늘 안스러운 마음만 가지고 있었는데..
생각대로라서 정말 안타깝다..

주머니에 굴러다니다 사라진 500원자리 동전이..
할머니가 다섯시간 거리를 헤매고 다닌 값과 같다는 것이 정말이지 안타깝다..

감사해야 하는 것인지..
아파해야 하는 것인지..



"하루 12시간 폐지 주워 1200원 벌어요"

[오마이뉴스 2006-02-13 19:42]   


[오마이뉴스 홍성식 기자] 

▲ 수집해온 폐지를 고물상 마당에 정리하고 있는 강씨 할머니. 

ⓒ2006 홍성식

국내 굴지의 재벌 삼성이 8천억원이라는 천문학적 금액을 "조건없이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선언했던 지난 7일. 서울 마포에 거주하는 강OO(86) 할머니는 오전 7시부터 저녁 7시까지 꼬박 12시간 거리에서 폐지를 주워 1200원을 벌었다.

서울의 체감온도가 영하 10도를 밑돌았던 그 날, 강씨 할머니가 낮에도 입김이 나오는 추운 날씨에 마포구 공덕동 일대를 돌며 수집한 신문지와 헌 책, 버려진 종이박스는 약 20kg. 신문지와 책의 경우엔 1kg당 80원, 종이박스는 1kg당 50원을 받은 셈이다.

"집에만 있으면 몸도 아프고, 조금씩 걸어다니면 운동도 된다"고 말했지만, 새들도 추워 웅크린다는 정월 거리를 종일 헤매 다닌다는 게 팔십 노구에겐 만만한 일이 아닐 터. 발갛게 상기된 할머니의 양 볼과 귀는 '삶이란 결코 녹록치 않다'는 사실을 새삼 떠올리게 했다.

마포에서 20년째 폐지와 공병을 사들여 이를 되파는 고물상을 운영해온 신OO(70) 할아버지는 "거리에서 수집한 소량의 폐지와 공병을 팔러오는 노인이 하루에 10명은 넘는다"며, "대부분이 60~70대이고 여든을 넘긴 분도 있다"고 귀띔했다.

신씨 할아버지가 운영하는 업체 주위에 두 개의 고물상이 더 있다니, 산술적으로 따지면 마포구 공덕동 일대에만 폐지를 주워 판매하는 노인이 족히 40명은 넘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들이 폐지수집을 통해 하루에 버는 돈은 많아봐야 3천원. 신문지 40kg에 해당하는 금액인데, 젊은이들처럼 날랜 걸음과 체력을 가지지 못한 할아버지, 할머니들인지라 빙판길에서 이만한 양을 수집하기도 힘에 부친다.

체감온도는 -10℃, 그러나 할머니는 멈추지 않았다

"종이 2~3kg, 빈 병 몇 개를 가져오시는 분들도 있어요. 팔아봐야 겨우 300~400원인데…, 그럴 땐 참 곤란하죠. 하지만, 내가 모시던 노모 생각도 나고 그래서 사드립니다"라며 씁쓸하게 웃는 신씨 할아버지. 하지만, 그도 적지 않은 나이이니만치 노인들의 입장을 십분 이해하고 있었다.

"사실 나이 먹으면 집에 있기가 좀 그래요. 며느리와 손자들 눈치도 보이고, 아무튼 불편하죠. 그래서 집 밖으로 나오게 되는데…, 노인들이 그렇잖아요. 다들 어려운 시절을 살았으니 물건이 버려지는 걸 못 보는 거예요. 그깟 폐지 주워 생활에 무슨 큰 보탬이 되겠어요. 체질화된 절약습관 탓에 신문이나 빈 병을 모아오는 거겠죠."



▲ 노인들이 모아온 폐지는 kg당 50~100원 가격으로 고물상에 팔린다. 무게를 측량하는 저울과 쌓여있는 폐지. 

ⓒ2006 홍성식

조그만 손수레를 이용, 자신이 수집한 종이박스를 정리하던 강씨 할머니가 "이 일 하시면서 제일 힘들었던 때가 언제죠"라는 물음에 잠시 망설인 뒤 답했다.

"제법 많은 신문지와 헌 책을 골목에 놓아두고 잠시 수레를 가지러 간 사이에 젊은 사람(40대)이 그걸 리어카에 싣고 가버린 거야. 참 섭섭하고 괘씸했지. 하지만, 대부분의 젊은 사람들은 날 많이 도와줘. 3층에서 1층까지 폐지를 가져다주는 사람도 있고, 심지어는 여기(고물상)까지 들어다 주는 사람도 있어."

말을 마친 할머니가 굽은 허리를 두드리며 다시 꽁꽁 얼어붙은 길거리로 나섰다. 그 모습이 사뭇 위태로워 보였다. 하지만, 몇 걸음 걸어가다 뒤를 돌아보는 할머니는 웃는 얼굴이었다. 그녀의 절반도 살아보지 못한 기자로선 그 이유를 감지키 어려운 웃음이었다.

직장인은 출근전쟁, 노인들은 폐지전쟁

계단을 오르내리거나 전동차를 타고 내리는 것이 힘에 부치는 노인들이 동네에서 폐지를 수집한다면, 건강상태가 비교적 양호한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의 경우엔 지하철 선반 위에 버려지는 무가지와 각종 신문을 모아 판다.

 

▲ 2년째 지하철에서 폐지를 수집해온 김씨 할아버지. 

ⓒ2006 홍성식
매일 새벽 6시에 일어나 6시 30분이면 인천 집에서 청량리로 향하는 전철을 탄다는 김OO(68) 할아버지는 "지하철 1호선에만 나처럼 폐지를 수집하는 사람이 40명은 될 것"이라며 "60대와 70대 노인이 대부분이지만, 50대도 있고 최근에는 30대 여성도 봤다"고 말했다.

2년째 이 일을 하고 있다는 김씨 할아버지는 육체노동을 통해 일상적으로 근육을 써온 탓인지 나이보다 훨씬 젊어 보였다. 다소 차이가 나긴 하지만 김씨 할아버지가 하루에 수집하는 폐지의 양은 평균 150kg 정도. 서울보다 가격을 kg당 20원 더 쳐주는 인천에서 팔 경우 1만5천원 수입은 된다는 이야기다.

"운 좋은 날엔 200kg도 수집해봤다"는 김씨 할아버지가 청량리역 지하 승강장에서 그날 모은 무가지와 신문을 정리하며 땀을 훔쳤다. 오전 9시 50분이었고, 누구보다 힘겹고 분주했던 그의 오전이 마무리되는 시간이었다.

지하철 폐지수집은 직장인들이 출근하는 오전 8~9시 사이에 절정을 이룬다. 최근엔 폐지수집을 하려는 사람이 많아져 지하철 선반 위에 버려진 무가지와 스포츠신문을 거둬들이기 위한 경쟁도 만만찮다. 회사로 가는 사람들은 출근전쟁, 폐지수집을 하는 이들은 '폐지확보 전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그 돈으로는 무얼 하세요?" "허허허"

기자가 지하철 1호선 신길역에서 승차해 청량리역에 도착한 시간은 9일 오전 9시 30분. 이날 역시 영하의 날씨에 거리는 얼어붙어 있었고, 바람이 찼다. 김씨 할아버지와의 인터뷰를 마치고 주위를 둘러보니, 폐지를 모은 마대자루 10여 개가 승강장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추위에 아랑곳없이 그것들을 정리하는 노인 4~5명의 분주한 움직임.

직장인들의 출근시간이 끝나고, 지하철 선반 위에서 각종 신문과 무가지를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들어지는 오전 10시쯤이면 지하철 폐지수집 전쟁도 막을 내린다.



▲ 지하철 선반 위에 버려진 각종 무가지도 폐지를 수집하는 노인들에겐 '귀한 물건'이다. 

ⓒ2006 홍성식

1호선을 포함 서울시내 지하철에서 버려진 무가지와 신문을 수집하는 노인들은 대략 400명으로 추산된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들이 하루에 버는, 적게는 몇천 원에서 많게는 1~2만원의 돈은 어디에 쓰여질까? 이 질문에 노인들은 그저 "허허" 웃을 뿐 즉답을 피했다.

그러나, 형편 넉넉치 않을 그들이 그걸 어디에 쓸 지는 미루어 짐작이 가능하다. 아웅다웅 함께 늙어온 배우자의 신경통 약, 혹은 재롱둥이 손자의 사탕을 사는데 사용될 몇천원 돈에 배인 땀 냄새. 그 땀내에 대한 대가가 너무 박한 것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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