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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는중

라일락..

내 방의 창은 우리 집 대문의 반대방향을 향하고 있다..
그리고 지층이기에 창 앞이 뒷집의 거대한 돌 벽으로 막혀있다..
우리 집이라고는 했지만 우리 집이 아니기 때문에 나는 이 집에 대해 애착이 없다..
그래서 집을 구석구석 둘러보지 않았고, 창에서 보이는 돌벽 외에 무엇이 있는지 모른다..
단지 아침에 잠시 햇볕이 드는 방향으로 미루어보아 북향이라는 것을 알고 있을 뿐이다.

이 방에 들어온지 반년이 되어가는 오늘..
북향이지만 앞의 거대한 벽으로 인해 외풍이 전혀 없던 내 방에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아니 사실은 바람을 느끼지 못했다..
케이블을 넣느라 조금 열어둔 창 틈에서 향기가 스며들고 있던 것이다..

'이상하다.. 창 앞에는 벽밖에 없을텐데..'
아무리 얼굴을 창에 바짝 붙여도 벽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기에 반신반의하며 창문을 열었다..

아..라일락!

전에 우리 집 뜰 한 가운데에 자리잡고 있던 라일락의 모습이 문득 스쳐지나갔다..

'저 담 너머엔 라일락이 그렇게 풍성하게 피어 있겠지..'


바람은 아마 전에도 불었을 것이다..
느끼지 못할 정도로 약하지만 바람은 계속 불며 계절을 몰고다녔으리라..


보이지 않을 지라도..
느끼지 못할 지라도..

계획은 진행되고 이루어진다..
그의 뜻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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