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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야기

가죽나무를 꿈꾸며..



내일 노래하려면 일찍 자야 하는데..

잠이 오지 않는다..

연휴가 끝나서인가..

출근하기 싫어서인가..


왜?

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들..

결론이 나지 않는 생각들..


잘난 척 하다가도..

생각 속에 깊이 잠기면..

난 참 보잘 것 없고, 자격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만 남는다..





나는 내가 부족한 나무라는 걸 안다
내딴에는 곧게 자란다 생각했지만
어떤 가지는 구부러졌고
어떤 줄기는 비비 꼬여 있는 걸 안다.
그래서 대들보로 쓰일 수도 없고
좋은 재목이 될 수 없다는 걸 안다.
다만 보잘것없는 꽃이 피어도
그 꽃 보며 기뻐하는 사람 있으면 나도 기쁘고
내 그늘에 날개를 쉬러 오는 새 한마리 있으면
편안한 자리를 내주는 것만으로도 족하다.
내게 너무 많은 걸 요구하는 사람에게
기대에 못 미치는 나무라고
돌아서서 비웃는 소리 들려도 조용히 웃는다.
이 숲의 다른 나무들에 비해 볼품이 없는 나무라는 걸
내가 오래 전부터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늘 한가운데를 두 팔로 헤치며
우렁차게 가지를 뻗는 나무들과 다른게 있다면
내가 본래 부족한 나무라는 걸 안다는 것뿐이다
그러나 누군가 내 몸의 가지 하나라도
필요로 하는 이 있으면 기꺼이 팔 한짝을
잘라 줄 마음 자세 언제나 가지고 산다
부족한 내게 그것도 기쁨이겠기 때문이다


                                                      도종환, '가죽나무'





내 속 깊은 곳의 허영은 무엇을 바라는 지 몰라도..

내가 진심으로 원하는 삶은 가죽나무와 같은 삶이라고 생각한다..


이미 볼품 없는 존재임을 알고 있으니..

이제.. 필요로 하는 이에게 기꺼이 팔 한 짝 잘라 줄 마음만 가지면 되는건가?


하지만 나는 아직..

하늘 향해 뻗은 나무들을 부러워하지 않을 자신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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