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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야기

각서..

작년에 건설회사 다닐 떄 일이 갑자기 생각이 났어..
갑자기는 아니고..
방금 그 때 쓴 각서 쪼가리를 발견했거든..

조합원들의 신탁을 급하게 받아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은행이랑 뭔가 복잡하게 꼬여 있었어..
그래서 은행과는 가계약 된 상태로 조합원들에게 임시로 돈을 융통해 주고, 그 융통해주는 돈에 대한 설정비, 이자 등의 모든 비용을 건설사에서 부담하기로 한거야..
물론 일단은 조합원이 내면 나중에 회사에서 돌려 주겠다.. 그런 식이었지..

어느 날인가 한 사람이 들어와서 그 돈을 언제 주느냐는거야..
자신이 돈이 급히 필요하다는 거지..
나는 그 때 한 달도 채 안된 신참이었는데 뭘 알겠어..
울 대빵한테 전화를 걸었지..
이런 사람이 찾아왔는데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었더니..
금방 준다고 하래..
그러니까 그 사람이 금방 언제냐고.. 6월 말까지 가능하냐고..
그 얘기를 전했더니.. 6월 말까지 주겠다고 하라더라..
그래서 그 사람한테 6월 말까지 확실히 나온다고 하니까..
그 사람이 확실한거면 나보고 각서를 써 달라는거야..
나야 또 전화를 걸었지.. -0-;;
그랬더니 각서를 써 주라더군..

...

약속한 날 즈음해서 상황을 보니 돈이 나올 기미가 없더군..
대빵한테 물어보니 그 때까지는 힘들다네..
그럼 각서 쓴 건 어쩌냐고 했더니 무척 귀찮아 하더군..
그 사람이 그 날까지 돈이 필요하다고 했으니 돈이 안나오는 걸 빨리 연락해줘야 할 것 같아서 연락을 했더니 열라 황당해하며 욕을 해 대더군..

대책이 없었지..
내가 수백만원이 있는 것도 아니고..

많이 친해진 법무사 아저씨한테 물어봤더니..
아직 은행이랑 회사랑 말이 안맞춰져서 언제 나올 지 모른다고..
그런 걸 왜 각서를 썼냐고 걱정을 하드만..

...

결국은 며칠동안 머리 빠지게 스트레스 받다가..
법무사 사무실 아저씨한테 부탁을 했어..
그 아저씨한테 지금 못 나오는 상황을 나 대신 좀 설명해 달라고..
내가 뭐라고 해도 핑계로밖에 안들릴테니까.. 좀 해달라고..

...

결국은 그렇게 끝났어..
그 아저씨한테 미안하다고 하려고 전화를 했더니..
윗대가리들이 머리 굴리느라 그런거지 나한테 무슨 잘못이 있냐고..
그동안 어떻게든 해주려고 신경 써 줬으니 각서는 없던 걸로 하자고..
그렇게 끝났어..


세상을 또 조금 배웠지..
우리 편이라고 생각되는 사람도 순식간에 뒷통수 칠 수 있다는 것..
그저 이용해 먹는 관계도 얼마든지 있다는 것..
그리고..
진심은 어떤 경우에도 통할 수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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